와우리눅스7에서 우분투13.04까지

By | 2013/04/28

omgubuntu_1304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로 인해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분투의 새 버전 릴리즈다. 한국시간으로 4월 25일 밤, 잠시 트위터에 들어갔는데 @omgubuntu가 막 우분투 13.04의 릴리즈를 알리는 트윗을 날린 것을 확인하였다. 바로 다운로드 링크를 클릭, 빛의 속도로 다운로드 받아 노트북에 깔린 12.10을 밀어버리고 새로 설치를 하였다. 매번 새 버전이 공개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계속해서 이뻐지고 편해지고 있다. 물론 안정성과 속도도 계속해서 발전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제작년이었던가, 데스크탑 환경으로 Unity가 채택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하면서 사용중이다.

처음 우분투를 접한 것이 8.04버전이니까 무려 5년 전이다. 학부생시절 유닉스 시스템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리눅스에 제로보드를 설치해오는 숙제가 있었는데, 제로보드 이외에 리눅스를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해오면 +@ 점수를 주시겠다는 강사님의 말에 postfix 메일서버, samba 공유서버, vsftpd FTP서버 등을 설치해가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분투를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이지만 리눅스 자체를 처음 접한 것은 무려 1999년이다. (응답하라 1999 ㅠㅠ) 남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사주셨고, 넉넉한 형편이 아님을 알았기에 컴퓨터를 게임에 쓰기보다는 컴퓨터로 뭔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당시 유행하던 나모 웹 에디터를 이용해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자바스크립트는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않은채 남이 공개한 유용한 코드들을 복사/붙여넣기의 방법으로 대충 감만 익혀 나갔다. 당시 플래시 애니매이션이 막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플래시4 관련 서적을 하나 사서 책의 예제를 모조리 다 따라해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던 와중에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바로 리눅스이다. 리눅스 관련 사이트에서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해할 수 없는 글들, 그리고 그들이 나름 자신의 데스크탑 환경을 꾸며서 찍어 올린 스크린샷들을 보노라면 마치 암흑 세계에서 활약하는 해커처럼 보여서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되었었고, 나도 저 리눅스라는 것을 써보면서 컴퓨터의 고수가 되리라 어린 마음에 다짐했었다.

처음 샀던 컴퓨터가 삼성 매직스테이션이었는데, 컴퓨터 잡지 부록으로 가끔 리눅스 CD가 제공 될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리눅스 커뮤니티에서 서당개마냥 남의 글들이나 보면서 익혀오던 잡지식을 직접 활용해보고자 인터넷으로 와우리눅스7 파란 버전을 구매했었다. 대략 만원 정도 무통장입금을 했던 것 같다. 와우리눅스 패키지가 집에 배달되자마자 시디를 집어넣고 CD로 부팅을 했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와우리눅스 설치 관련 메뉴들... 여기서부터 흥분 시작! 설치하는데 자꾸 에러가 나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삽질하던 끝에 결국 리눅스 설치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하던, 리눅스스러운(?) 바탕화면에 여러 아이콘들이 있는 그런 화면이 아니라 도스마냥 그냥 시꺼면 화면에 커서만 반짝반짝 하고 있었다. startx 라는 명령어로 x-window 환경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또 겨우 알아내었고 기대하던 데스크탑 환경에 접속! 만세! 그 때의 내 기분은 이미 해커였다.

이것저것 아이콘들을 클릭해서 실행해보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희열을 느끼다가 이제 인터넷에 접속해보려는데 ... 인터넷 연결이 안 되었다. 랜카드 드라이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 같아서 이리저리 검색하고 시도해봐도 문제는 해결되지가 않았고, 문제의 현상을 리눅스 관련 커뮤니티에 물어봐도 대답은 RTFM(Read The Fucking Manual), 또는 고생없이 쉽게 배우려 하지 말라는 둥의 무시하는 답변들 뿐이었다. 그나마 한번씩 잘 달린 답변들을 봐도 모듈업을 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뿐. 삼성 A/S 센터에 전화해서 랜카드 리눅스드라이버는 없냐고 물어보니 윈도우 말고는 정식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으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다. 결국 서점에 가서 리눅스 관련 서적 두꺼운 것을 하나 사와서 읽어보며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실패에 그쳤고, 그 뒤로 5년이 넘도록 나는 리눅스에 손을 떼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년 뒤, 학부 수업 숙제때문에 우분투 8.04를 새로 설치하면서 너무나 쉬워진 설치, 인터넷 연결, 그리고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될만큼 인터넷에 널린 관련 자료들로 인해 깜짝 놀랐었다. 고등학생 때 못다 이뤘던 꿈(?) 때문에 정해진 숙제 이외에도 +@를 위해 메일서버니, 공유서버니 하는 것들을 막 찾아서 설치했었던 것 같다. 당연히 그 수업에서는 A+를 받았고, 다른 A+들보다도 나에게는 특별히 의미있는 A+로 남아있다.

그동안 와우리눅스7을 설치하면서 좌절을 느낄 때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을 법한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특히 최근에는 리눅스 기반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큰 대회에서 상을 받아보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와 관련해서 올해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라는 큰 무대에서 한 세션을 맡아 발표하기도 하였고, 지난달에는 매달 열리는 우분투 커뮤니티 모임에서 내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간단히 발표를 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나름 리눅스를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리눅스를 잘 이해하고 써먹는 것도 아닌지라 엊그제 지인한테서 유닉스 시스템 기초 서적을 하나 얻어오기도 했다.

영화 시월애처럼 약 15년 전의 나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최소한 리눅스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올리던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제대로 해 줄 수 있을텐데.
영화 루퍼처럼 예전에 나를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직접 가르쳐주고 격려해 줄텐데.
그래도 지금 이렇게 블로그라도 있으니, 15년 후에는 이 블로그에 다시 찾아와서 그 때 열심히 잘 했노라고 격려의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