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견문록

By | 2015/07/11

컴퓨터과학 전공을 하고, 지금도 대학원에서 컴퓨터와 매우 밀접한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실리콘밸리는 꿈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2009년에 같은 학과 동기이자 같이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회원이었던 친구들과 학교 해외 탐방 프로그램에 지원했었다. 실리콘 밸리에 직접 가서 이런 저런 최신 기술 등등을 조사해오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갖고, 서류전형과 면접을 무사히 통과!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원받아 진짜로 실리콘밸리에 가게 되었다.

실리콘 밸리에 가기 전에 미리 연락드렸던 안모 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구글 내부를 구경도 하고, 구글 식당에서 밥까지 먹었다. 당시 안박사님께서 구글은 학벌이고 뭐고 필요없이 진짜 실력을 보고 채용을 하는데, 뽑고 나니 좋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똑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새소망교회에 들렀다가 운좋게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들에 다니는 한국인 분들과 간단하게 질문/답변 및 조언을 받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자리에 현재 실리콘밸리 베이에어리어 (Bay Area) K-Group 대표인 윤종영씨도 계셨었고, 작년에 우리 학교에 강연 오셨길래 가서 인사도 드렸다. 물론 날 기억하고 계시진 않으셨지만 ㅎㅎㅎ

10여일 정도의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내가 실리콘밸리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노력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일단은 영어. 당시 내 토익 점수가 약 500점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가 너무 부족하고, 전공 실력도 주위에 워낙 쟁쟁한 친구들이 많다보니 딱히 내세울 정도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일단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어학연수따위로는 영어 실력이 오르지 않음을 깨닫고 일찍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석사과정을 시작할 때는 대학원을 와서 더 실력을 갈고 닦아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겠다! 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석사과정 2년은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현재 박사과정에 있으면서도 내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고민을 가득 안은 상태에서 이동휘씨의 실리콘밸리 견문록을 읽게 되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은 총 3파트로 이루어져있다.
1. 왜 실리콘밸리인가: 실리콘 밸리와 관련된 잡다한 이야기들로 엮은 파트이다. 스티븐잡스, HP 등.
2.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저자가 구글 본사에서 일하면서의 보고 느낀 구글의 문화, 구글의 채용 과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3. 좌충우돌 미국생활 적응기: 한 40페이지 정도로 짧은 파트인데, 저자가 처음 면접을 보고 현지에서 적응하면서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파트1, 2는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들이다. 나는 실리콘밸리에 깊은 관심이 있으니까, 기사든 뭐든 실리콘밸리와 관련된 것들은 자주 읽었으니까. 아무래도 실리콘밸리가 핫하다보니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 같은데, 사실 내용을 살펴보면 차라리 구글 견문록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하고... 오히려 파트3가 내게 더 와 닿았다. 아 이런 구글본사에서 일하는 분도 영어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쟁쟁한 실력자들을 보며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구나라는 것들을 알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저자도 뭔가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계신 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자신을 당당히 증명해내셨다는 점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진짜 갈 수 있기는 할까? 가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와 같은 걱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예전에 실리콘밸리를 밟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나태한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계신, 지도교수님의 후배분께서 한국에 들렀다가 지도교수님을 만나러 학교에 들린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께서 구글의 개발자들을 묘사하였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들 천재들인데 일을 즐기기까지 하니까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아, 나는 천재도 아닌도 일을 제대로 즐길 줄도 모르는 것 같은데... 날벼락 같은 한 마디였다. 지금의 나를 제대로 반성하고, 천재는 이미 늦었으므로 지금의 내 일부터 즐기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실리콘밸리 입성록으로 책 하나 내야지.